HBM은 왜 SK하이닉스가 앞서 있나: 쌓는 방법의 갈림길

TL;DR

  • SK하이닉스가 앞선 이유는 더 좋은 D램을 만들어서가 아니라 쌓는 방법을 다르게 골랐기 때문이다.
  • MR-MUF는 다 쌓아놓고 한 번에 녹인다. TC-NCF는 한 장씩 눌러 붙인다. 이 차이가 속도와 발열과 변형을 갈랐다.
  • 다만 MR-MUF에도 구조적 약점이 있다. 한 번의 실패가 스택 전체를 버리게 만들고, 핵심 소재 공급처가 좁다.
  • HBM4부터 갈림길이 하나 더 생겼다. 20단을 넘어가면 결국 하이브리드 본딩뿐이고, 여기서는 순서가 다시 섞일 수 있다.

한 줄로 답하면

세 회사가 쓰는 D램 자체는 비슷한 수준입니다. 갈린 것은 그 D램을 층층이 붙이는 방법입니다. SK하이닉스는 MR-MUF,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TC-NCF를 씁니다. HBM은 열두 장, 열여섯 장을 쌓아 올려야 하는 제품이라서, 한 층을 붙이는 방식의 작은 차이가 스택 전체에서 크게 벌어집니다.

점유율로도 확인됩니다. 조선비즈가 인용한 2025년 2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62%, 마이크론 21%, 삼성전자 17%였습니다. 1년 전 시점의 숫자이므로 이후 변동은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.

한 번에 녹이는 쪽과 한 장씩 붙이는 쪽

MR-MUF는 D램을 먼저 다 쌓습니다. 그리고 열을 한 번 올려 모든 접합부를 동시에 녹여 붙입니다. 그 다음 층 사이의 빈 공간에 수지를 밀어 넣어 통째로 채웁니다.

TC-NCF는 순서가 다릅니다. 한 장 올리고 필름을 대고 눌러 붙이고, 또 한 장 올리고 눌러 붙입니다. 200도에서 300도 사이로 가열해 압착하는 과정을 층마다 반복합니다. 필름이 접착제와 충전재 역할을 같이 합니다.

같은 결과물을 만드는 두 경로인데, 공정의 성격이 정반대입니다. 하나는 한 번의 큰 작업이고 하나는 여러 번의 작은 작업입니다.

HBM 적층 방식 세 가지 비교도. MR-MUF는 다 쌓고 한 번에 녹이며 범프 사이를 수지로 채운다. TC-NCF는 층마다 필름을 대고 한 장씩 가열 압착한다. 하이브리드 본딩은 범프 없이 구리를 직접 맞붙여 접합층 두께가 거의 없다.
층 사이를 무엇으로 채우는지가 세 방식의 실제 차이다. 수지, 필름, 그리고 아무것도 없음.

차이가 어디서 벌어지나

속도

MR-MUF는 열을 한 번만 올립니다. 층수가 늘어나도 리플로 횟수는 그대로입니다. TC-NCF는 층수만큼 압착을 반복해야 하니 16단이면 작업 횟수도 16번입니다. 단수가 올라갈수록 이 격차가 커집니다.

변형

더 중요한 것은 누적입니다. 얇은 D램을 고온에서 누르면 아주 조금 휘어집니다. 한 번이면 무시할 수 있지만 열여섯 번이면 쌓입니다. 아래층에 생긴 미세한 뒤틀림이 위층을 올릴 때 정렬을 어긋나게 만들고, 그러면 접합이 틀어집니다. 한 번에 녹이는 방식은 이 누적 자체가 없습니다.

열

완성된 뒤에도 차이가 남습니다. 층 사이를 수지로 통째 채우면 열이 빠져나가는 경로가 이어집니다. 가운데 층에서 생긴 열을 바깥으로 내보내야 하는 구조에서 이건 그대로 성능 문제가 됩니다. HBM4에서 핀 속도를 올리는 대신 폭을 늘린 이유도 결국 열이었습니다.

이 세 가지가 겹쳐서, SK하이닉스는 16단 HBM4에서 D램 웨이퍼를 30마이크로미터 수준까지 얇게 깎아 JEDEC의 775마이크로미터 높이 제한 안에 넣었습니다.

그런데 수율은 아무도 공개하지 않는다

여기서 솔직하게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. 이 글에서 수율 숫자를 쓰지 않은 이유는 세 회사 모두 공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.

업계에서 도는 추정치는 있습니다. 그러나 출처를 확인할 수 없고, 같은 시점에 대해 서로 다른 숫자가 돌아다닙니다. HBM 경쟁을 다루는 기사에서 수율 몇 퍼센트라는 표현을 보면 그것이 회사 발표인지 취재원 추정인지 확인해야 합니다. 거의 항상 후자입니다.

그래서 대신 볼 것
수율은 결국 출하량으로 드러납니다. 어느 회사가 어느 고객에게 몇 단 제품을 실제로 얼마나 공급했는지가 유일하게 검증 가능한 신호입니다. 발표된 단수가 아니라 납품된 물량을 봐야 합니다.

MR-MUF의 약점

앞서 있다고 해서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. 두 가지가 있습니다.

첫째, 한 번에 하는 방식의 위험은 한 번에 옵니다. 리플로가 잘못되면 이미 쌓아 올린 열여섯 장을 통째로 버립니다. TC-NCF는 층마다 확인할 여지가 있는데 MR-MUF는 그 지점이 없습니다. 단수가 올라갈수록 한 번의 실패가 버리는 재료의 양도 커집니다.

둘째, 소재 공급처가 좁습니다. 층 사이를 채우는 수지는 특수한 소재이고 공급처가 제한적입니다. 국내 업체들이 이 소재 개발에 들어간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. 공정이 특정 소재에 묶여 있으면 그 소재의 공급 사정이 곧 생산 사정이 됩니다.

HBM4부터 갈림길이 하나 더 생겼다

지금까지의 경쟁이 MR-MUF 대 TC-NCF였다면, 앞으로는 세 번째 길이 들어옵니다. 하이브리드 본딩입니다.

범프를 아예 쓰지 않는 방식입니다. 접합면을 나노미터 단위로 평탄하게 깎아낸 뒤 구리를 구리에 직접 붙입니다. 사이에 아무것도 없으니 접합층 두께가 거의 0이 됩니다.

이게 왜 중요한가 하면, 높이 제한이 물리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. 775마이크로미터 안에 20단 이상을 넣으려면 D램을 더 얇게 깎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옵니다. 층 사이 공간을 없애야 합니다. 그 지점에서 범프를 쓰는 두 방식은 둘 다 막힙니다.

지금 상황은 이렇습니다. 삼성전자는 HBM4 16단에서 하이브리드 본딩을 시도하며 전용 라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. SK하이닉스는 검토했지만 아직 이르다고 판단해 개량한 MR-MUF로 HBM4를 갑니다. 마이크론은 다음 세대까지 판단을 미루는 쪽입니다.

즉 같은 세대에서 서로 다른 도박을 하고 있습니다. 삼성은 지금 어려운 길을 먼저 걸어 다음 세대에서 앞서겠다는 것이고, SK하이닉스는 확실한 방법으로 이번 세대를 먹겠다는 것입니다. 둘 다 합리적이고, 어느 쪽이 맞았는지는 몇 년 뒤에 알게 됩니다.

그래서 지금의 62%를 고정된 것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. 이 우위는 특정 공정 선택이 특정 단수 구간에서 유리했던 결과이고, 구간이 바뀌면 조건도 바뀝니다.

이 다음에 볼 것

  • 삼성 하이브리드 본딩의 양산 진입 여부: 시제품과 양산은 다릅니다. 고객 승인을 받고 물량이 나가기 시작하는지가 분기점입니다.
  • SK하이닉스가 언제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넘어간다고 말하는지: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 바뀌는 시점이 곧 이 기술이 성숙했다는 신호입니다.
  • 16단 제품의 실제 납품 물량: 발표가 아니라 출하입니다. 수율을 역산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입니다.
  • 소재 공급처의 다변화: MR-MUF용 수지의 공급이 넓어지는지. 넓어지면 SK하이닉스의 약점 하나가 줄어듭니다.

이 글에 나온 말

MR-MUF · 다 쌓은 뒤 한 번의 가열로 모든 접합부를 동시에 붙이고, 층 사이를 수지로 통째 채우는 방식입니다. SK하이닉스가 씁니다.

TC-NCF · 층마다 필름을 대고 가열 압착해 한 장씩 붙이는 방식입니다.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씁니다.

하이브리드 본딩 · 범프 없이 구리를 구리에 직접 붙이는 방식입니다. 접합층이 거의 없어 20단 이상에서는 이 길뿐입니다.

리플로 · 접합부를 녹여 붙이기 위해 온도를 올리는 공정입니다.

수율 · 만든 것 중 실제로 쓸 수 있는 제품의 비율입니다. 여러 층을 쌓는 제품은 한 층만 불량이어도 전체를 버립니다.

TSV · 쌓아 올린 D램을 위아래로 관통해 연결하는 미세 구멍입니다.

같이 읽을 글

출처


안내
이 글은 AI 인프라 산업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해설입니다. 운영자는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은 자가 아니며, 이 사이트는 투자 자문을 제공하지 않습니다. 언급된 기업명은 산업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예시이며 특정 기업에 대한 평가나 권유가 아닙니다. 공정 관련 내용은 발행 시점의 공개 자료를 근거로 하며, 각 사의 세부 공정 조건은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. 자세한 내용은 고지 사항을 참고하세요.

뉴스레터

AI 인프라 뉴스를 구조로 읽는 법

새 글이 올라오면 메일로 보내드립니다. 그날 뉴스에서 어느 고리가 움직였는지만 짧게 정리합니다.

광고 메일은 보내지 않습니다. 해지는 메일 하단에서 한 번에 됩니다.

댓글 남기기